우리은행 차세대 연기 소식을 보는 다른 시각

베이징에서 생활하다가 설을 보내려고 서울에 왔다. 소프트웨어 관련 종사자들이 다수인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 글 상당수가 우리은행 차세대 연기 소식을 다루고 있었다. 과거에도 명절을 기해 차세대 시스템 오픈을 했던 터라 그러려니 하고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랬는데 아이들 통장이 우리은행이라서인지 아내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했다.

필자가 금융권 프로젝트에 참여 했던 일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8년의 세월이 지났고, 더구나 보험이나 공금융의 경험일 뿐, 은행에서는 일해본 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직도 과거의 방식에 익숙한 분들께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알려드리고 싶다고 그들이 읽으려 할지 또는 들으려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감사하게도 답답한 마음은 여기에 털어놓을 수 있다.

해외에 나가보면 배운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 민족이고 나라인지 말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겪을 만한 일을 겪는 일은 흔히 있다. 소프트웨어 관련한 일도 예외가 아님을 말하고자 한다.

차세대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일단, 차세대 프로젝트에 대해 사람들의 시각차이는 대단히 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앞서 차세대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웹상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 생각을 확인해본다. 구글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결과가 대략 220만건 정도 나온다. 많은 사람이 보는 글이란 전제로 첫 페이지 결과만 살펴보자. 10개의 글 중에서 블로그 글이 4건, 기사가 2건, 커뮤니티 게시판 글이 2건, 책 소개가 1건, 위키가 1건이다. 대략 훑어 보니 첫 페이지 만으로도 상당한 배경 지식을 갖출 수 있는 수준이라 이중 일부를 가지고 차세대 프로젝트를 설명해본다.

차세대는 빅뱅식으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일

먼저 금융권에 맞춰 꽤 많은 자료를 잘 정리해놓은 차세대, 빅뱅 그리고 산업은행 차세대프로젝트라는 블로그 글이 있다. 여기서 '차세대'가 의미하는 바를 잘 짚어주었다. 빅뱅 방식 즉, 완전히 새롭게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칭할 때 쓰는 수사란 점이다. 그리고, 은행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메인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일[1]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공사례가 책으로 나올 정도

10개 검색 결과를 보면 또 흥미로운 사실이 2개의 블로그 기사는 차세대 프로젝트는 실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 성공 사례는 책으로 출간되거나 신문기사에서도 연재기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성공을 다룬 이 책은 총 4부로 이뤄져있는데 2부 제목이 '거듭된 연기…고난의 행군'이란 사실이 눈에 띈다. 차세대 프로젝트가 실패한다고 주장하는 2명의 블로거 중 한 사람은 필자인 탓에 그 이야기는 차차 다루도록 하고, 차세대 프로젝트는 실패위험이 높은 일이란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만 확인하자.

날로 위험이 높아지는 차세대 프로젝트

앞에 언급한 블로그 기사에서 찾은 ‘2기 차세대’ 대장정 나서는 금융권…무엇을 지향하는가라는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기존의 시스템 환경으로는 최근의 새로운 IT이슈와 시장 변화를 담아내기가 어려워졌다. 많게는 수천억원이 투입되고, 기간도 2년 혹은 많게는 3년도 걸리는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비효율성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중략> 이같은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할 국내 IT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기때문에 프로젝트 완성도에 대한 리스크가 예전보다 크게 증폭된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다. <중략> 시스템의 노후화, 시장환경의 변화, 기술의 변화 등을 약 10년 주기로 담아낼 필요가 생길 수 밖에 없게 됐고, 그것을 규정하는 게 차세대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기업은행 차세대 성공사례를 다룬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삼성SDS가 금융 IT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시장이 재편돼 SK와 LG CNS, 그리고 대우정보시스템과 같은 신규 사업자가 금융IT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선협상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사업계획과 비용산정이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전과 같이 갑과을 관계가 명확했던 금융사와 IT서비스 업체간 역학관계가 이제는 대등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췌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차세대 프로젝트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 경험많은 IT서비스 업체가 빠지고 새로운 업체가 등장하는 상황을 보면, IT서비스 업체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동시에 갑의 권력은 더 약해지고 있는 추세다. 은행 입장에서는 노하우 갖춘 업체 찾기도 어렵지만, 계약 이행과정에서 협상도 어려워진다는 뜻이니 차세대 프로젝트 위험은 점차 커지고 있다.
  • 차세대 프로젝트 기간이 2~3년인데, 10년 주기로 또 해야 한다. 또한, 차세대라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IT이슈와 시장 변화 수용이 어려운 비효율로 비판 받고 있는데, 3년 만들고 7년 쓴다는 식이면 제고가 필요하다. 게다가, 그 7년도 계속 불평속에서 쓰이고 있을 수 있다.

다시는 차세대 프로젝트 안하는 방법

앞서 언급한 검색 결과에 차세대 프로젝트 딜레마에 대한 돌파구라는 필자의 글이 있다. 다음과 같은 그림을 인용한 바 있다. 애초에는 일종의 개발문화인 데브옵스DevOps를 설명한 그림을 차용한 것인데, 이를 통해 차세대 프로젝트의 대안을 설명할 수 있다.

DevOps를 설명하는 이미지

필자는 차세대 프로젝트는 투입 대비 성과 관점에서 대부분[2] 실패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주장이 보편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이런 주장을 필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꽤 오래전에 소프트웨어 전문가이기도 한 컬럼리스트 김국현님도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일이 있다.

[김국현의 논점] 왜 차세대 프로젝트는 실패하는가?

여러분이 필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일 차세대를 10년 안에 또 해야 한다고 보면, 10년 동안 써야 할 돈을 연간 예산으로 나눠서 쓰는 것은 어떨까? 마치 연간 계획을 하고, 예산 집행을 하는 보통의 업무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앞서 기사에서 언급했던 위험요소 상당수를 완화시킬 수 있다.

장기간 IT서비스 업체와 계약하며 큰 돈으로 처리하던 예산을 나눠서 각 분야 전문 업체와 함께 일할 수 있다. 계란을 나눠서 담는 포트폴리오식 발상이다. 다년간 진행하다 보면 누가 정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확실해지기 때문에 인재 채용이나 인력 단위 계약으로 바꿀 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 훌륭한 인력을 보유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업체 선정을 잘못하여 감당해야하 하는 관리부담과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꼭 한번 시도할만한 도전이다. 또한, IT이슈와 시장 변화 수용의 비효율은 일거에 사라진다. 일상 기업 운영과 같은 식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으로는 충분히 논리적인 해법이다. 이렇게 하면 차세대 프로젝트를 아예 안하고 일상 운영으로 똑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실행에 옮겨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가 솔루션도 안되는데 어떻게 무상으로 쓰는 오픈소스는 되는가?

실행은 솔직히 글로 방법을 전달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지 않다. 필자는 전업으로 유사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7년이 넘는 시간을 쏟고 있다.

서울 방문 기간에 왜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처럼 못하는가? 란 글의 모티브이기도 한 페친 성동찬님을 만났는데 그가 누군가에게 받는 질문이라며 이런 말을 했다.

OOO에서는 안되는데 MySQL에서는 어떻게 그게 되냐?

이러한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사람이 계속 그 문제를 다루면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다시 해석하면 이렇다.

꽤 오랜 시간 우리나라에선 고가의 외산 솔루션을 사면 한국에서 그걸 팔았던 업체에게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맡겨왔다. 사실 솔루션 판매 업체가 어찌 구매 회사의 문제를 정확히 알 수가 있는가?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문제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게 했다.

문제의 핵심은 OOO과 MySQL을 비교하는 간단한 퀴즈에 있지 않다. 자신의 밥줄이고, 생활 터전인 그곳에서 올바르게 일을 하고 있는 진심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이 글을 쓰기 며칠 전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기사 제목은 또 한숨이 나오게 한다.

'올해 금융권 차세대, 9000억 시장 ...'

단언컨대, 솔루션 평가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업체 평가하는 식의 입찰과 평가만 하고, '무언가 되겠지' 기대하는 일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빨리 보신주의로 다수를 따라가는 오래된 실패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주석

[1]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다른 업종에서는 메인프레임 사용 경험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 의미를 잘 알기 어려운데, 유통업계의 디지털화 관련 일을 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메인프레임의 다운사이징'이란 말 자체가 아주 오래전 이슈를 미루다가 너무 늦은 대응을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2]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차세대 프로젝트 수행 자체가 실패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표현이 과한 듯 해 자제한다.


Popit은 페이스북 댓글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로그인 후 글을 보시면 댓글이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