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작업 관리를 Trello에서 Dooray로 옮기기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팀 협업 도구로는 주로 이슈 트래커를 썼다. Jira, Redmine, Github 등을 쓰고 Confluence 위키 제품을 보완하는 도구로 써왔다. 그런 가운데도 따로 개인 시간 관리를 할 필요를 느꼈다. 회사 일외에 개인적으로 일정을 챙길 필요가 있고, 가끔은 회사 일이지만 혼자만의 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회사 일인지 아닌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트렐로Trello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가끔 종이 다이어리가 보완해주는 역할을 했다.

작은 균열이 주는 사용성 저하

그런데, 중국에 오니 트렐로 앱 사용에 제약이 있었다. 웹에서는 잘 되는데, 앱으로는 접속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1]. 자연스럽게 출근해서 책상에서만 쓰는 용도로 트렐로 역할이 좁혀졌다. 다이어리 역시 회사를 떠나면 들고 다니지 않으니 시간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 그 틈을 채우느라 가끔 메모가 꼭 필요한 시점이 생기면 핸드폰이나 노트북 메모 앱을 이용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자 트렐로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필자는 딱 아래와 같은 형태로만 트렐로를 쓰고 있었다. 4개의 목록을 두는데, 모든 개인 작업을 쌓아놓는 백로그 성격의 목록이 있고, 그 중에 이번주에 해야겠다고 할당하는 목록이 하나 있다. 이후에 몰입을 하려고 지금 하는 작업을 담아 두는 목록을 새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끝났거나 중지할 일을 담는 목록을 두었다.

필자의 트렐로 사용 방식

필자의 트렐로 사용 방식

이렇게 쓰는데 네트워크 문제로 트렐로 쓰임새가 줄어드니 개인작업에 오랫동안 쌓아두는 할일이 늘어났다. 방치의 흔적이다. 그냥 둘 수 없었다. 당신이 개발자라면 리팩토링 필요성에 해당하는 냄새가 난다는 비유가 필자의 불편함을 이해하는 좋은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왜 dooray인가?

두레이를 모르는 분에게는 트렐로 대안이 두레이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둘은 직접적인 경쟁 도구로 보기 어렵다. 필자가 놓인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는 최근 트렐로 대안으로 Confluence 위키를 쓰기도 했다. 페이지 단위 권한 관리가 가능하고 편집 기능이 탁월해서 훌륭한 대안이었다. Confluence를 클라우드 형태로 쓰고 있었는데, 어느날부터 접속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졌다[2]. 매번 접속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니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다. 그 후 페친페이스북 친구 글을 보고 알게 된 dynalist를 시험 삼아 써 보았는데, 생각 정리에는 좋지만 일정에 맞춰 할일을 다시 나누고 배정하는 도구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팀 협업 작업에서 두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회사 일과 개인적인 일을 한 곳에서 하나의 도구로 다루자고 생각한 것이다. 두레이 프로젝트 중에 멤버에게만 권한을 부여할 수 있으니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고, 멤버를 나만 두면 혼자 쓰기가 가능하다.

쓰임새가 바뀌다

작업 마이그레이션을 하다 인지하지 못하던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아래와 같이 트렐로와 두레이를 연결하던 흔적이다. 트렐로는 작업 진행에 대한 이력 추정과 대쉬보드(혹은 Kanban)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의 내용은 Github 이슈 트래커 등에 담고 둘을 연결시켜 쓰는 방식은 흔한 쓰임새다. 필자의 경우도 두레이에 있는 회사 일을 '잊지 않고 이번 주에 해야지' 할 때 트렐로 카드를 만들어 링크를 옮겨두곤 했다.

트렐로와 두레이를 연결해 쓰던 흔적

트렐로와 두레이를 연결해 쓰던 흔적

근데, 이걸 두레이로 옮기는 행위는 어떤 뜻을 내포할까? 뜻밖에도 그간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하며 게을리하던 두레이 작업 관리 강화가 필자가 추가로 해야 할 일이었다. 두레이에 작업 진행 현황을 보여주는 대쉬보드라는 기능이 있다. 필자는 평소 프로젝트 단위로 이들 작업을 관리했다. 그때그때 중요도에 따라 특정 프로젝트를 선택하여 할일을 관리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들 중 시일을 어기면 안되는 일들[3]을 주로 트렐로에 옮겼다.

그런데, 이제 도구를 두레이로 합치면 그런 습관을 유지하는 일은 바보같은 일이 된다. 상식적으로 일하려면 프로젝트를 넘어서 나와 관련한 모든 작업 대쉬보드를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두레이 대쉬보드

두레이 대쉬보드

그렇게 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트렐로 작업을 옮기는 중에 또 하나 뜻하지 않은 발견을 했다. 두레이 작업끼리 연결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협업에 참여하는 다른 두레이 작업에 대해 개인적인 관점에서 일을 새로 정의할 수 있다.

두레이 작업을 참조하는 두레이 작업

두레이 작업을 참조하는 두레이 작업

주석

[1] 최근에 중국 동료들을 보니 중국판 트렐로로 추정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2] 대략 단축키까지 변경한 대규모 업그레이드가 있은 후로 기억한다. 하지만, 정확한 시점은 기억하지 못하고, 이유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

[3] 아이러니하게도 중요한 일은 어디에도 기록할 필요가 없이 알아서 한다.


Popit은 페이스북 댓글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로그인 후 글을 보시면 댓글이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