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취인정이 주는 배움과 협업에 대한 힌트
일상 경험을 그대로 담은 글이다. 블로그를 오래 써온[1] 필자는 '이 순간 스치는 아이디어를 쓰고 싶다' 하는 식의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과 비슷할 수 있는데, 글로 남기고 싶을 뿐이다. 오늘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시작하는데, 소소한 경험이 글 쓰고 싶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풀어 나갈까 생각해보니 과거에 비슷한 글을 쓴 기억이 있다. 찾아보니 제목은 '조직 문화를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답게 만들어가기'라고 사뭇 무겁게 달았지만, 다시 글을 읽어 보니 당시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동료의 모습에 뿌듯해 하던 글이었다. 거기에 필자의 행동 중 개취인정[2]이 그를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그렇게 하자고 마음 먹으며 쓴 글이다.
우연히 놓여진 소통의 다리
이번 글과 과거 글을 연결하는 고리는 바로 개취 인정인데, 개취 인정이 일상에서 각인된 사건은 한동안 안 쓰던 사내 위키를 누군가 업데이트 하면서 발생했다. 그래서, 관심 없던 활동[3]에 대한 깨알같은 수정 기록이 지난 주 후반부부터 메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루쯤 참다가 주말인가 번거로와서 통지를 끄려고 하는데, 외부에서 위키 접근 설정이 업데이트 후 복원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출근 이후로 보류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우연적인 상황이 오늘 아침 경험을 만들어주었다. 어떤 경험인가?
이전에 지웠던 통지와 비슷한 메일 통지인데 출근해서 메일을 보는데 돌연[4]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친구가 이런 작업도 하나? 근데 뭘 하는거지?
그래서, 내일 내용을 훑다가 위키로 이동하는 링크를 클릭하고 위키 페이지가 열린다.
자연스럽게 위키 내용을 보다가 무심결에 링크 표시가 있는 글을 클릭한다. Git 기반으로 코드를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404 오류를 뱉었다. 아마도 권한이 없어 접근을 못하는 듯하다. 생각은 습관적으로 '나에게 권한을 안 줬네.' 라고 무의식에 가깝게 전개되다가 '그런데 아직도 Gogs를 쓰네.' 하면서 멈춘다. 우리 팀에서 코드 관리를 Gogs 기반에서 Gitlab으로 바꾼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개취 인정하고 내용에 관심을 품기
그래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한다. 먼저 다짜고짜 gogs 쓰는 부분만 언급하면 동료가 지적질로 느껴 불쾌할 수 있으니 오늘 처음 발견한 그가 작성한 프로그램 배포 목록에 대해 가벼운 칭찬을 한다. 그리고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가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메일로 통지가 와서 또 아주 자연스럽게 읽으며 'DMZ 서버 배포와 gitlab 접근은 무슨 관계지?' 하며 의문을 품는 순간 다시 통지 메일이 온다. 10분만에 그가 다른 동료를 찾아 자가 개선을 한 모양이다. 놀라운 일이다. 그 놀라움과 가벼운 즐거움은 동료의 글에 Like 하는 것으로 피드백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선다.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개취인정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그래서 글을 쓴 것이기도 하다.
개취인정, 개취인정, ... 그래서 뭐란 말인가?
만일 내가 '쓰지도 않는 위키 변경따위는 신경을 끄자' 라고 메일 통지를 무시하고, 메일 알림 설정을 모두 끄기로 했다면 겪지 못했을 사소한 경험이다. 물론, 이 경험이 필자에게 혹은 다른 동료에게 커다란 전기를 마련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잔잔한 이 변화를 필자의 몸안에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행위이다.
이봐, 당신이 최적 경로라고 생각하는 길을 포기하면 가끔 이런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그리고 이전 글에서 개취 인정이 다른 사람의 자발성을 자극하는 측면을 말했다면, 이번에는 개취 인정을 하면서 겪은 스스로가 열리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개취 인정을 받아들이는 순간 필자는 어색함을 수용하는 다양성을 공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만, 당일의 직관뿐이라 글쓰기에 근거와 스토리가 좀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취 인정은 어쩌면 위임을 늘려가며 조직을 역동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하게 한다. 실제로 그러한 지는 삶의 순간들을 통해 지켜봐야겠다.
어색한 환경이 배움을 자극하는 상황
내친 김에 하루 중에 오는 다른 위키 변경 통지도 모두 훑어 보았다. 그랬더니 전혀 모르고 있던 활동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몇 주전에 벌어진 조직 내의 오해의 단초를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을 큰 노력없이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비유하면 메일함에 쌓이는 위키 변경 통지를 충동적인 이유로 잠시 참아내고 읽었더니 마치 손바닥보듯이 다른 동료들이 하고 있는 작업을 아주 짧은 시간에 파악하는 놀라운 보상을 받았다.
물론, 이런 하루의 경험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래도 일상이 되어 잊었던 최근의 경험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2016년 처음 중국에 와서 말도 통하지 않고 모든 것이 낯선 상황, 바로 그 상황 자체가 내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자신의 틀을 벗어나 한 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족을 느끼지 않는 상황 혹은 모든 것이 익숙한 상황에서 변화를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색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성장이나 학습을 위한 촉매제일 수 있다.
필자가 다른 글에서도 자주 인용했던 아기 발걸음 원칙도 어색함 혹은 약간의 두려움에 맞서는 타고난 우리의 기질을 활용하여 배우는 방식이란 점에서 오늘 경험과 일맥한다.
주석
[1] 지금은 사라진 엠파스 블로그와 도메인을 빼앗긴 Younghoe.info 등에 2003년부터 일기처럼 습관으로 많은 글을 써왔다. 대략 2009년 즈음부터 뜸하다가 2016년 하반기 popit 합류를 계기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
[2] 개인 취향 인정
[3] 다시 말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던
[4] 솔직히 이전에 받았던 통지는 제목만 보고 지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별히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복기해서 비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