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리버스 엔지니어링 하기
누구나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어한다. 무관심한척 하지만 누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식을 철저히 공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남에게 얻어들은 정보로 주식을 사보지만 손실만 보고 이내 포기한다. 그리고 주식은 순전히 운이라고 단정 짓는다. 정말 그럴까?
빅머니 (big money)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어떤 종목을 (what) 살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만 언제 (when) 사고 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무슨 주식을 사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종목이든 몇년의 시간을 주면 위든 아래이든 움직이기 마련이다. 정작 중요한 건 언제 큰 움직임이 있을 것인지 예측해내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주식가격은 언제 움직이는가? 주식시장에서 매수와 매도의 균형이 깨질 때이다. 그럼 누가 그 균형을 깨는가? 그런 힘을 가진 세력은 흔히 말하는 빅머니(big money)뿐이다. 즉, 좋은 투자기회를 잡으려면 빅머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한다.
다크 풀 (dark pool)
소위 빅머니라고 불리우는 기관 자본은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연금 등을 운영하는 mutual funds. 뮤추얼 펀드는 몇조 이상의 돈을 굴리기 때문에 특정 종목에 투자할 경우 주식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뮤추얼 펀드는 공개장에서 거래하지 않고 주로 “다크풀”이라는 비공개장에서 거래를 한다. 문제는 다크풀 내에서 일어나는 거래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예컨대, 어떤 펀드에서 애플 인사이더 정보를 확보했다고 가정해보자. 펀드는 다크풀에 가서 애플 주식은 대량 처분하지만 공개장에서는 이 매도행위가 보이지 않는다. 다크풀을 운영하는 브로커는 이 펀드로부터 매수한 애플 주식을 공개장에서 점진적으로 매도함으로써 가격변동을 최소화한다. 이후 인사이더 정보가 공개적인 뉴스로 발표되고 일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지만, 빅머니는 이미 포지션을 정리했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Source: SqeezeMetrics)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전문 트레이더들은 각종 서비스를 이용한다. 위 차트는 다크풀에서 발생하는 매도/매수를 추적하는 서비스 중 하나인데, 이런 다크풀 차트를 보지하지 않고 투자를 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과 다를바 없다.
마켓 메이커 (market maker)
둘째, 콜/풋 옵션을 파는 market makers. 마켓 메이커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콜/풋 옵션을 이해해야한다. 콜 옵션을 산다는 것은 특정 주식이 제한된 기간 내에 얼마 이상 오를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풋 옵션을 사는 것은 그 반대 의미이다.) 마켓 메이커는 이런 옵션을 트레이더들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판매하는 은행들인데, 통계적으로 옵션이 맞아서 수익을 내는 경우는 15% 미만이다. 따라서 마켓 메이커들은 85% 이상의 승률을 가지고 옵션을 정기적으로 팔아 꾸준한 수익을 거둬들인다. (이런 거래를 option selling이라고 부른다.)
옵션 셀링이 높은 승률을 보장하지만 이와 동시에 옵션 바이어가 맞을 경우 이를 보상해줘야 하는 책임이 옵션 셀러에게 있기 때문에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예컨대, 작년 MS가 LNKD을 M&A한 걸 다들 기억할텐데, 당시 그 뉴스가 주말에 발표되었다. LNKD 주식이 주말을 전후로 130대에서 190대로 치솟은 덕분에 콜 옵션은 말그대로 대박을 쳤는데, 콜 옵션 샀던 트레이더들에게는 로또 당첨이었지만 콜 옵션을 판 은행들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었다.
(Source: OptionsWire)
흥미로운 점은, 은행들이 대량의 옵션을 판매할 경우 은행들은 주식 가격의 변동이 없이 옵션 만기가 빨리 지나길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옵션 바이어들에게 큰 돈을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콜/풋 옵션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팔렸을 경우 은행들은 마켓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시장에 최대한 간섭한다. 이말은 즉, 마켓 메이커의 콜/풋 옵션 판매량을 추적하면 마켓의 탑/바텀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작년 브렉싯(Brexit)이 터졌을 때 전세계 증시가 폭락을 거듭했는데, 폭락 둘째날부터 다량의 풋 셀링이 감지되었다. 업계 용어로 빅머니가 “플로어(floor)를 깐다”고 하는데, 빅머니가 더이상 시장이 내려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누가 이런 행위를 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만일 이런 풋 셀링이 틀릴 경우 입게되는 어마어마한 피해액을 감안해볼 때 이런 거래를 감당할 수 있는 기관은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밖에 없다. 따라서 트레이더들은 이런 풋 셀링을 시그널 삼아 딥바잉(dip buying)을 시작하고 마켓은 보란듯이 반등한다.
옵션 스위퍼 (option sweeper)
셋째,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option sweepers. 옵션 스위퍼는 마켓 메이커의 반대편에 서있는 세력이다. 이들은 15% 미만의 승률밖에 없는 콜/풋 옵션을 대량으로 매수한다. 옵션 거래는 주식과 달리 다크풀이 없기 때문에 모든 거래가 공개장에서 발생하므로 비상한 옵션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런 라이브 option order flow를 따라서 트레이딩을 하는 무리가 있을 정도인데 나도 작년 full-time 트레이더로 활동할 때 많이 참고한 정보이다.)
(Source: WallStreetJesus)
제한된 시간 안에 가격변동이 큰폭으로 일어나야만 수익을 거둘수 있는 옵션의 특징상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렇게 리스키한 베팅을 밀리언 달러 단위로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월스트리트에서 항상 하는 말처럼, “someone always knows something.” 즉, 인사이더 인포일 확률이 크다. 위의 MU 콜 스윕은 올해 3월 20일에 감지되었는데 불과 Q1 어닝을 며칠 남겨둔 상황이었다. 보다시피 6밀리언(60억)이 넘는 베팅이 었고, MU는 어닝에 보란듯이 10% 이상 급등했다. 내 계산에 따르면 저 콜 스위퍼는 하루만에 약 6밀리언(60억) 이상(100%)의 수익을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Smart Money vs Dumb Money
빅머니의 또다른 이름은 스마트머니이다. 시장의 흐름을 잘 읽기 때문에 스마트머니라고 불리는 것이지만, 실상은 빅머니가 원하는 대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빅머니가 이길 뿐이다. 그에 반해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돈을 잃기 때문에 덤머니라고 불리는데, 빅머니가 독점하고 있는 정보의 우위 때문에 사실 어쩔 수 없는 결과이다.
하지만 재밌는건, 스마트머니와 덤머니의 대조적인 모습이 하나의 마켓 시그널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불변의 진리가 있다면, 개미는 절대 돈을 못번다는 사실이다. 빅머니가 원하는대로 개미가 움직여주는 이상 개미는 빅머니에게 호구일 뿐이다.
Smart Money |
Dump Money |
(Source: SentimenTrader)
실제로 풋/콜 옵션 매수 비율을 이용해 빅머니와 개미를 비교해보면 충격적일 정도로 정반대이다. 위 차트에서 보다시피 스마트머니(좌)는 작년 미국 대선 이후 꾸준히 시장에 낙관적이였다. 반면 개미(우)는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시장이 15%가량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에 회의적이다. 매주 발표하는 AAII (American Association of Individual Investors) 서베이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bullish sentiment는 아직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스마트머니는 낙관적이고 개미는 회의적이라면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겠는가? 시장은 언제나 개미를 엿먹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말인즉, 2017년 주식시장은 위로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은 확률일 뿐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speculation이고 100%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신이 틀릴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언제나 필요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조지소로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투자에서는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맞았을 때 많이 벌고 틀렸을 때 적게 잃는게 중요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