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비즈니스 - 사업자 관점에서 본 SaaS

중국에서 리테일 기업용 SaaS 서비스를 공급하며 겪은 일을 토대로 클라우드와 SaaS가 기업의 IT 의사결정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독자들의 생각이 더 발전되길 기대하며 글을 쓴다.

올해 5월경에 시범 서비스를 공급하고, 11월에 매출과 연동한 수수료 계약을 체결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배운 노하우를 낯선 중국에 와서야 활용할 수 있던 묘한 상황이다. 일단 이 글에서는 사업자 관점, 더 좁히자면 '적합한 IT 투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문제만 다루겠다. 무료로 공급을 시작한 서비스에 대해 시장 반응은 좋았다. 일종의 판촉 서비스인데 중국의 사용자 환경에 맞춰 모바일과 SNS(위챗) 기반으로 빠른 타이밍에 시장에 노출한 탓인 듯하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한 첫 SaaS 서비스인지라 경영자는 우선 무상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취했다. 상당기간 개발비가 선투자되는 부담이 있긴 했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고위험 투자를 한 것이다. 사용자 경험을 5개월 정도 확보한 이후에 계약 논의가 시작되었다. 경영자를 통해 듣는 고객들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놀라움과 두려움'이었다. 먼저 놀라움은 초기 투자 즉, 솔루션 구입이나 구축 프로젝트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험에서 기인한다. 십수년간 프로젝트 비용으로 실랑이를 벌이던 일이 익숙한데 이런 일이 가능한가? 물론, 이미 가능함을 경험했고 '이 두 가지 경험 차이'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두려움이 생기고 차후에 업그레이드를  안해주거나 그때가서 큰 돈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는 것이었다. 이러한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인해 에피소드가 좀 있긴 했지만 결국 고객은 SaaS 서비스의 공급 방식에 매우 만족했다.

이러한 만족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좋은 사례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고객사의 관계사에서 CRM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던 중에 벌어진 일이다. 수십억짜리 솔루션이라는데 우리가 공급한 SaaS 방식 때문에 솔루션 도입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제공한 SaaS 경험이 없었다면, 이러한 고가의 솔루션 도입은 틀에 박힌 뻔한 일이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늘 그래왔으니까. 아래 그림을 보자.

솔루션 구매와 SaaS 공급방식 비교

위 그림은 SaaS 서비스 경영자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필자와 대화하며 그린 그림을 인용한 것이다. 미래값과 현재라고 쓰인 컬럼은 CRM 솔루션 도입 문제를 표현한 것이다. 현재 CRM 시스템이 100만건 고객 데이터 능력을 갖는데,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면 500만건으로 늘릴 수가 있다고 한다.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했기 때문에 500만건이면 충분해보이지만, 그 이유가 솔루션 내부에 쓰이는 DBMS 탓이라고 하는 점이 좀 어색하다. 그렇지만, 이 글과는 무관한 내용이니 무시하자. 그 아래 숫자는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40억의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기업에서 고객 관리를 위해 40억을 투자할 수는 있지만, (솔루션을 도입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효과가 입증되기도 전에 목돈을 투자한다는 사실이 문제다.

자 그럼 SaaS와 비교해보자. 가장 오른편에 한자로 미래(未來)라고 쓴 부분이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교를 시도한 컬럼이다. 현재수준으로 100만 고객 처리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무제한으로 기술 개선을 시도할 예정이다. 늘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11월 11일 광꾼제(solo day)를 보면 주문 건수만 하루에 40만을 훌쩍 넘는다. 중국 비즈니스 서비스를 하려면 폭주 상황에 익숙해야 하고, 그렇게 만들려면 RDBMS 기반의 트랜젝션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무제한 트래픽을 지향해야 하는 숙명에 처해있다. DBMS 제품을 변경하는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회사의 개발 방식 전체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고, 올해 3월 내가 이곳 온 이유가 그것이다. 다시 표로 돌아가 도입비용 비교를 보자. 초기 투자 비용으로 2.4억 정도를 썼지만 고객에게 지불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아래는 초기 도입 이후에 비용 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만일 우리가 매출의 0.3%를 요구한다 가정하며 고객은 1000억을 벌 경우 3억을 지불하면 된다. 반면에 솔루션 도입 형태로 계약할 경우 매출이 0이 되어도 고객은 매년 유지보수 비용으로 도입비의 일정 비율을 지불해야 한다. 유지보수 비용이 18%로 가정하면 매년 유지보수 비용 지출은 7.2억이다.

조금 더 일반화 해보면 차세대 형태의 SI 사업과 클라우드 SaaS 서비스 도입으로 구도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설명한 그림이 아래 내용이다.

차세대 프로젝트 vs SaaS 도입

앞서 언급한 CRM 솔루션 도입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차세대 프로젝트'라 불리는 SI 구축사업은 효과가 입증되기도 전에 목돈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에 SaaS 기반 솔루션을 채택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없거나 크지 않다. 대체로 사용량 베이스로 과금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프라 서비스(IaaS)와 달리 비즈니스용 SaaS이기 때문에 매출액과 연동하는 과금 모델을 채택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고객사 사업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똑같이 손을 내밀거나(유지보수 비용 처럼) 새로운 시도를 도모할 때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기능 추가에 따른 추가 비용 지불) 구도를 피할 수 있다. 결국, 고객과 운명을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되어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보신 경영자가 한 가지 첨언을 요청했다. 시장평균원가율 20% 개념을 적용하면, 40억을 쓰려면 200억 매출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하라면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쓴 것이 되고, 솔루션 도입으로 인한 추가 수익으로 200억*(1+수익율) 이상을 예상할 수 있어야 솔루션 도입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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