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블로그: 나의 블로그 이야기
최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었고 많은 후유증을 낳았으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듯 하다. 개발자로서 가장 관심이 갔던 이슈는 "소셜 미디어가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는가"에 대해서였다.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면서,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믿도록 한 것에 대해 소셜 미디어 서비스 업체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하는 문제다. 물론 가짜 정보 생산자가 1차 책임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몇일 전 테크크런치에 딥러닝을 통해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서비스 업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같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글 또한 필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SNS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페이스북, 트위터도 잘 사용했지만 이제는 즐기지 않는다. 까톡도 업무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보지 않는 편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보다 나의 사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글을 쓰고 싶을 때는 블로그를 한다.
지난 달 Popit에 정민혁님이 쓴 "주니어 개발자의 기술 블로그 운영 회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보고 나의 블로그 이야기도 회고를 한 번쯤 해야지라고 마음 먹었는데, 다행히도 지난 주에 감기에 걸려 겔겔거릴 수 있어, 나의 지난 블로그를 돌이켜 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이 글은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와 현재에 대한 간략한 소회다.
블로그를 왜 하느냐
처음에는 프로젝트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첫 직장에서 SI 프로젝트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잡다한 생각들을 노트에 정리했었는데, 그렇게 한권 두권 쌓이다 보니 책꽂이에 자리만 차지할 뿐이었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낫겠다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블로그 플랫폼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스프링노트였다.
그림. Adieu, 나의 첫 블로그였던 스프링노트
그 시절의 인터넷 서비스와는 달리 유려한 UI와 협업 도구로 꽤 인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사내 보안문제로 사이트가 막히게 되었다.
이글루스로
마침 이글루스라는 핫한 블로그 서비스가 그때 등장했다. 구질구질하던 네이버 블로그를 디스하며 파워블로그들이 이글루스로 몰려들던 시기였던 듯 하다.
그림. 아직도 살아 있는 이글루스 블로그
이 때는 영어에 꽂혀 있던 시기여서 영어로 블로깅을 하려고 애썼었다. 그래서인지 글쓰는게 별로 내키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그냥저냥 시간은 흘러...
티스토리의 등장
티스토리가 나왔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었던 마케팅도 특이했고, 깔끔한 UI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었지 싶다. 그쯤하여 황상철 선배를 만나게 되었고, 황선배가 운영하던 "실용주의 이야기"라는 블로그도 접했다(지금은 워드프레스로 옮기셨다. 워드프레스로 옮긴 것은 내가 먼저다). 그때 "이런게 제대로 된 블로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옮겼다.
그림. 티스토리의 socurites.com
이때는 정말 열심히도 글을 썼다.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블로그로 "용돈을 벌어야지"라고 처음 생각했던게. 그리고 방문자 통계와 유입 키워드, 유입 경로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 떨어져 나갔지만 한창 열심힐 할 때는 월 방문자 10,000을 넘기곤 했다.
그림. 방문자가 늘 때마다 즐거웠던 시절
그러다 여러가지 일로 블로깅을 손을 놓았고 결국은 구글 애드센스를 붙여보지도 못했다.
구글 애드센스 정책이 궁금하시다면 홍태희님이 쓴 "Popit: 구글 애드센스 정책 빠르게 살펴보기"가 도움이 된다.
워드프레스로
다시 블로깅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워드프레스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티스토리도 그럭저럭 무난했지만 프로그램 코드가 태반인 글에서 "syntax highlight"가 없는 티스토리는 유용하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syntax highlight" 기능 추가를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그래서 워드프레스로 이사를 했다.
그림. 워드프레스로 이사한 후 초창기의 socurites.com
이사를 하고나니 사용자가 뚝 떨어졌고, 디자인도 수정하긴 했지만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직으로 적응 모드로 돌입한 터라, 이대로 2년 가까이 방치해 두었다.
워드프레스 설치는 간단하기는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설치형 워드프레스를 사용하고 싶다면 윤병화님이 쓴 "Popit: 워드프레스 설치 하나씩 따라하기"를 참고한다. 또한 syntax highlight 기능은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으므로 별도의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한다. 홍태희님이 쓴 "Popit: WordPress Plugin 살펴보기 : Crayon Syntax Highlighter"에서 크레용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그러다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티스토리의 글을 워드프레스로 옮기는 삽질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테마와 몇가지 디자인을 수정했다. 지금은 방문자는 바닥을 치고 있다. 용돈벌이로는 이제 힘들 듯 하다.
나는 SNS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카톡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 주말에 무엇을 먹고, 여름 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오고 하는 것들을 별로 "좋아요"하고 싶지도 궁금해 하고 싶지도 않다. 주말에 쉴 때 울려대는 "까톡"을 듣고 싶지도 않다. 사생활과 관심 사이의 줄다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써는 일이 아닌 이상, 앞으로 SNS를 할 까닭은 없을 듯 하다.
그래서 블로그를 한다. 궁금한 소식들은 굳이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해서야 알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은 굳이 블로그에서 글을 쓴다. 이 정도의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정도의 불편함이 있을 때, 관계가 오히려 편해짐을 느낀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오는 행위의 편리함은 오히려 심적인 불편함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예전 선배가 말한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