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개발자가 바라본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

[주의]

  • 이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장문의 브레인 덤프를 읽기 어려운 임산부나 노약자는 창을 닫아주세요.
  • 내용 특성 상 팬심 드리븐 자발적 PPL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6년차 관록의 팟캐스트, 마케팅어벤져스가 한 권의 책으로

내가 처음 팟캐스트 '마케팅어벤져스'를 들었던 것은 모 글로벌 기업의 프로젝트에서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기계적인 일을 맡았을 때였던가...

'이게 사람이 사는 건가?'

'이런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나?'

하며 조금은 삐딱한 생각이 온 몸을 잠식했을 무렵, 소심한 외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마케팅 분야의 팟캐스트를 들어버리겠어! 비뚤어질테다!'

...라고 결심한 것이 화근이 계기가 되었다.

mavengers-mktavegers20160418

방송을 계속 듣다보니 내 몸(?)과 정신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간 살아오면서 관심조차 없었던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생겼고, 경쟁사 간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공방전을 무용담처럼 듣다보니 마트에서 본 제품, 매체에서 접한 서비스 등에 대한 나름의 관전 포인트가 생겼던 것 같다.

무엇보다 실제 현업의 생생한 인터뷰를 듣다보면 우리(개발자)에게 생경했던 마케터들의 역할, 고뇌 등을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우리 주변의 소프트웨어 혹은 서비스 '기획자'가 하는 일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마케팅어벤져스 MC들의 찰진 드립에 취해있다보니 어느 덧 시즌 6를 맞이 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그들의 6년 세월을 엑기스로 뽑아낸 아카이브, 이름하여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IMG_20190215_200131

MC가 다섯 명이었나? 순간 멈칫한 1인 (5코어를 의미하는 듯)

마침 그 책의 출간을 기념하여 공개 방송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질의 컨텐츠를 6년간 빨대 꽂아 들어온 입장에서 그 책을 안사볼 수는 없는 일

마침 책을 사면 공개 방송 현장에도 입장 가능하다기에 더 이상은 가상세계에서 그들의 log를 뒤따라 읽을 것이 아니라 실세계에서 동작중인(?) 마케팅어벤져스의 인스턴스(?)를 만나보기로 했다.


공개방송 현장 '팟빵홀'로 가다

본 얘기를 하기 전에 왕년에 각종 행사 준비를 하던 가닥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을 살펴보게 되는 것은 개에게도 못 주는 버릇이랄까... 행여 팟캐스트 관련 행사 준비 중인 분이 계실 듯하여 공간 정보를 공유해본다.

  • 장소: 홍대 팟빵홀 지하 3층
  • 규모:  구겨 넣으면(?) 100명은 가능할 듯

IMG_20190216_141653

PANO_20190216_142458

AWS 관련 소모임 행사를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메가존 지하 행사장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계단식 객석에 자유롭게 앉을 수는 있지만 뒷 사람의 다리에 등을 기대기는 곤란한 공간이라 3개 이상의 세션을 운영하면 참가자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을 듯

다만 2개 정도의 세션을 운영한다면 중간 휴식 시간을 넣어서 참가자의 허리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실제로 이 날도 중간 휴식 시간 넣어서 2개 세션으로 운영하여 발표자나 참가자나 딱 좋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었다.

IMG_20190216_142719

IMG_20190216_161134

IMG_20190216_142948

멀리서 오다보니 학교에서도 못해 본 1등도 해보고...

한편 엔지니어가 컨트롤하는 장비들이 객석 뒤편에 있는데 발표자 위치에서 멀지 않아 조명이나 화면 전환 등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빠른 아이 컨택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인 듯

IMG_20190216_142551

처음엔 미디어자몽의 김건우 대표님인가 했는데 '아차, 여긴 팟빵이지...'라며 정신을 차림 (이 분이 더 젊어 보였던 건 기분 탓)

IMG_20190216_142935

남은 시간 표시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엔지니어와 아이컨택 가능한 부스

욕심나는 공간적 특징은 발표자 스크린 옆에 작은 계단식 객석이 있는데 커뮤니티 모임을 한다면 발표자들을 그 자리에 여럿 앉혀두고 발표 중간 중간에 인터럽트를 넣거나 토론을 진행해도 될 것 같다. 한편 객석 중간중간에 전원도 사용 가능하니 랩탑 유저도 발만 저리지 않는다면 간단한 작업도 가능할 듯

IMG_20190216_144704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 출간기념 공개방송, 어떤 자리였나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신간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의 초간단 요약으로 6년간 다듬어 온 '마케팅어벤져스' 나름의 인사이트와 프레임워크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IMG_20190216_150300

공간 벽지 디자이너가 마인크래프트 매니아인가

드문드문 방송을 들을 사람이라면 단편적인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야기만 듣게되는데 시즌을 몇 차례 관통하며 들은 사람이라면 그 안에 공통분모로 나타나는 구매를 유발하는 인간의 세 가지 심리와 차별화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핵심 속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구매를 유발하는 인간의 세 가지 심리는 '탐욕'과 '공포', '호기심'이며, 구매 행위가 벌어질 때 경쟁 상대에게 이기기 위한 차별화의 다섯 가지 속성을 '5 Core'라고 부르는데 이 책에서는 이 다섯가지를 '경제성', '기호성', '편의성', '신뢰성', '기호성'이라고 말한다.

IMG_20190215_174948 IMG_20190215_184630

그 밖에도 고객이 어떤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 근거인 RTB(Reason To Believe)와 제품이나 서비스의 컨셉과 실제 고객이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의 조화를 언급한 CP Balance에 관한 이야기가 뒤따른다.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리린가'하다가도 각종 사례나 현상들을 관찰하다보면 그 관점이나 잣대가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마케팅어벤져스 MC들 조차 처음에는 5 Core를 만들 때 이게 뭔 소리냐 하다가 차츰 수용하게 되었다고 (움?)

어쨌거나 이번에 출간을 기념하는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은 이 키워드들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다분히 이론적일 수 있는 내용을 사례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방송을 듣는데 껄끄러움이 없다. 특히 이번 공개 방송은 방송을 미처 못듣고 오거나, 책을 완독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 책의 일부를 아주 살짝, 드립도 가미하여 먹기 좋게 풀어 놓아 주었다.

IMG_20190216_171528

출간 기념 모임의 묘미는 역시 저자 싸인 받기


공개 방송 중에 메모한 기억의 단편들

기자도 아니면서 오프라인 강연장에서 굳이 노트북을 펼쳐 받아쓰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몇차례 리액션 방청객 모드로 즐기기만했더니 강연장을 나서면서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는 일이 많아졌다.

강연 내용의 강한 임팩트와 여운보다 머리의 휘발성이 더 강해진 탓인지 도대체가 남는 것이 사진 밖에 없는데 인스타를 할 정도로 외모가 수려하지 못한 탓에 조금은 볼썽 사납더라도 틈틈이 메모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메모를 다시 보면 기억나는 것도 아니지만.. 유유

대략 메모해 둔 것을 옮겨적어보자면 이러하다.

[차별화]

차별화가 필요한 이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할 대상? 제품, 서비스, 이미지

차별화할 때의 주의점

  • 맥락없는 차별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좋지 않다.
  •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대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 (나쁜 예: 주목받기 위해 난데없이 노래하기)
  • 상대가 원하는 걸 아는 것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 상대의 입장에서 차별화 요소를 생각하라.

[5 Core]

경제성

  • 무조건 싼 것을 어필하는 방법도 있지만 적정 가격, 적정 품질임을 어필하는 전략도 있다. (예: 유니클로)

기호성

  • 기호성은 오감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완성된다. (참고: 공개방송 내용 중 빙그레 핫도그 스토리)
  • 기호성은 자신의 고유한 취향보다 남의 의견에 영향받는 경향이 크다.
  • 기호성을 굳히기 위해서는 아군이 필요하다. (참고: 시즌 6-4화 지지자, 저지자)

편의성

  • 편안함은 비가역적, 단방향이다.
  • 사람들로하여금 '편리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예: 줄 없는 진공청소기, 운전할 필요없는 무인자동차)
  • '편리함'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체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성

  • 내가 신뢰성이 있다고 어필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제 3자가 보증할 때 극대화)
  •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 나 자신(서비스, 제품, 기업)이 되어야 한다. (예: 교회, 성당)
  • 신뢰성은 구매자와 사용자가 분리되어 있을 때 크게 작용한다. (예: 부모가 구매하는 유기농 이유식)
  • 타인을 위한 소비일 때 신뢰성이 작용한다.

기능성

  •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은(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능이라도 퍼포먼스의 차별화를 만들 수 있다. (예: 엠씨스퀘어, 핸드폰 지문 인식, 페이스 아이디)
  • 기능의 차이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 실제로는 타 제품도 동일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보여주고 더 많이 노출하는 쪽이 그 기능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

5코어의 적용 방법

  • 상황에 따른 속성별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 무조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은 없다.

[RTB: Reason To Believe]

차별성에 대해 고객이 수긍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숙취 해소 음료의 예

  • 헛개라는 원료를 언급하여 믿음의 이유를 부각
  • 다수 특허를 확보했다는 사실로 믿음의 이유를 부각

다이슨 자동차의 예

  • 다이슨 공법에 대한 경험, 배터리 기술에 대한 신뢰가 전기 자동차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줄 수 있음

기능성에 대한 공격 방법

  • 기능성이 강점으로 부각될 때, 역공을 당하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 경쟁사가 기능성을 부각시킨다면 해당 기능성에 결함이 있거나 단점이 있는 것을 역으로 어필할 수 있다.

[CP Balance]

컨셉과 퍼포먼스의 조화가 중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이 잡힐 때 차별화는 완성된다.

  • 컨셉만 강하고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경우는 포퍼먼스를 빠른 시간 안에 끌어 올려야 한다.
  • 혹은 다른 관점에서 어필하는 방법도 있다. (예: 식품이 맛이 없다면 차라리 원료를 언급하며 건강식품으로 어필하기)
  • 컨셉이 약하고 퍼포먼스가 좋지 않을 때 마케터가 더 뛰어라. (예: LG 제품의 뒤늦게 알려지는 고사양 스펙)

[5 Core의 적용 시뮬레이션]

이 내용은 방송에 나갈지 안나갈지 몰라 일단은 생략

구매하고 소비하는 과정의 공정에서 개선 사항을 하나 씩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개

특정 사 사례가 나오는데 상당히 흥미진진한 얘기가 나왔음 (힌트: 핫도그)

[개인적인 관점에서 한 줄 요약]

파주에 와룡이 있다.

[기억에 남는 드립]

  • 돈까스는 익은 돈까스와 안익은 돈까스가 있다. (돈까스는 익기만 하면 다 맛있다는 뜻)
  •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 (뭐든 튀기면 맛있다는 뜻)

메모한 내용을 다시 보니 가서 놀다 오기만 한 것은 아니구나... 하면서 안도감이 든다. 자투리로 당시 스폰서가 준비하고 출판사가 선물해준 기념품 사진 하나 투척해 본다. 특이한 점은 스폰서 제품들의 네이밍이 하나 같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심지어 대장 내시경 스폰도 있었...)

IMG_20190216_173110

작명 센스가 놀라웠던 협찬 선물들


방송을 이미 들어봤다면 MC 들의 케미를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

6년간의 방송에서 뭐가 기억이 나느냐고 나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면

  • 술 이야기
  • 파주에 사는 동물 이야기
  • 육아 이야기

정도 인 것 같은데, (이게 뭐야) 사실 다른 유익했던 내용들은 바로 생각은 나지않지만 모 매장을 방문하거나, 모 식품을 먹게 되거나, 모 서비스를 이용할 때면  '아하, 그 때 방송에 이런 얘기가 있었지' 하면서 뒤늦게 속으로 무릎을 치게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방송을 들으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멱살을 잡지 않고 대화가 가능한가?' 였는데 6년차 관록의 방송인(?)들이라서 그런가... 각자의 캐릭터 특징에 잘 맞게 아옹다옹하며 멘트를 던지고 받는 것이 '이건 보통 합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유쾌한 자리였다.

회사가면 꼭 한 명씩 있을 듯한 독특한 캐릭터의 사람들이 언제 치고 빠질 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고 호흡이 꼬이는 순간에도 서로를 까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에 '괜히 인기 팟캐스트가 아니구나라'하며 감탄하게 되었다.

IMG_20190216_151207

마케팅어벤져스 최다 출현 상품 허니버터칩을 찾아보세요.

독특한 카리스마와 입담으로 좌충우돌 상황을 잘 코디하는 '아니연맨(이이언맨)' 강혁진님, 자칭 인터넷 고자 부적응자라 하면서도 실질적인 코어 컨텐츠를 제공하는 '토토르(토르)' 신상훈님, 시간에 쫓기고 '쓸데없는 말'로 인터럽트하는 것은 이젠 컨셉일꺼야 생각되는 '캡틴아머라카노(캡틴아메리카)' 김대선님, 차분한 멘트가 '금융권의 수트맨'이어서 그랬구나... 하며 캐릭터의 특징을 재발견하게된 '크크(헐크)' 서정훈님까지... 누구 하나 빠져서는 방송 분량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심지어 전화 통화 연결까지해서 궁합을 맞추는 이 사람들을 세상 사람들은 '마케팅 어벤져스', 줄여서 '마벤져스'라고 부른다.


시즌 5까지가 몸 만들기였다면 시즌 6부터는 날개를 달 듯

그간 마케팅어벤져스를 지속적으로 들어왔다면 포메이션에는 변화가 없지만 뭔가 단단해졌고 빠른 상황 전개와 전략적인 움직임이 보이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일단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베이스캠프, 자몽 미디어의 변화가 그러하고, MC 각자의 행보 또한 그러하다. 다양한 채널을 다각적으로 실험해봄과 동시에 게스트 섭외나 콜라보도 이전의 관심 이상의 연결고리가 있다.

MC들 스스로도 지식을 기반으로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며, 다년간의 방송 경험으로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가장 임팩트 있다고 생각한 숫자, 누적 조회수 150만의 신뢰성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번 신간에 대해서조차 '책의 경쟁 상대는 책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향후에 그들이 뭘 하듯 팬덤은 그들의 행보를 응원할 이유, 즉 RTB를 이미 가졌다. 비록 방송 분량 중에 잡담이 많아 경제성 측면에서 가성비가 떨어진다하더라도 행간에 질러주는 굵은 메시지와 인사이트의 퍼포먼스는 기능성을 완비하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마벤져스가 최근에 방송 중에 욕설이 섞인다는 피드백에 자중 모드에 들어간 상태라고... 이는 더 많은 청취자와 만나고 더 넓은 무대로 옮기기 위한 건전한 자정 모드이므로 거친 식감(?)이 덜하다 하더라도 더 많은 이들이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도록 응원해보자. 다만 언젠가 모양새가 더 탄탄해져 작은 일탈에도 청취자가 흔들리지 않는 탄력성이 생긴다면 아주 가끔은 야자 타임을 하듯이 특집 편성으로 '다크 모드'로 무장해제된 입담 버전도 투척해줬으면하는 바램이 있다.

여기에 개인적인 팬심을 더하자면 세기말 연말, 연초에 나타난다는 '궁예(닉퓨리)' 김건우님과 본인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가신 걸로 추정되는 '흑창(블랙위도우)' 하현주님까지,  마치 영화 '빅피쉬'의 마지막 장면처럼 역대 MC 완전체에 게스트 총소환하는 그랜드 럭셔리 울트라 환타스틱 공개 방송도 기획되면 어떨까... 그런 행복한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그때는 후원 물품으로 방송 최다 출현한 꼬꼬면과 허니버터칩을 받는 걸로)


개발자가 바라본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는 듯한데 그 간 낙오없이 여기까지 읽은 분들에게는 미리 감사를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마케터도 아닌 디벨로퍼가, 소비자도 아닌 아키텍트가, 6년이라는 세월동안 이 방송을 듣고 화성에서 지구까지 편도 3시간의 이동 시간을 이동하며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차별화는 무엇인가?'라는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당근마켓의 차별화 포인트는 '신뢰성'이다.

당근마켓의 차별화 포인트는 '신뢰성'이다.

나 자신이 개발자라면, 기획자라면 고통스럽겠지만 잠깐 회사 일을 떠올려보자. 연간 계획 세우고,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 내고, 새로운 제품 개발할 때 모처럼 일을 좀 해보려고 하면 상무님이나 전무님, 멀리는 대표님으로부터 늘 듣던 말이 있다.

"경쟁사와 차별점이 뭔가?"

"경쟁사와 차별점이 뭔가?"

"경쟁사와 차별점이 뭔가?"

"경쟁사와 차별점이 뭔가?"

(에코)...

그렇다. 난 개발하고 싶은데, 당장이라도 코드 한 줄 더 쓰고, 빌드해서 배포하고, 사용자에게 릴리즈해보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은데

"이 서비스의 유니크니스는 뭔데?"

"이 제품의 밸류 프로포지션을 얘기해봐"

"네가 만드려는 그거, 시장 가치가 얼마인지 숫자로 얘기해봐"

심지어 전례없는 최초의 제품을 만들 때도 '경쟁사 분석'해오라는 주문을 받는다. '이건 최초인데요?' 라고 하면 그게 최초인 걸 증명해야하는 수학적 난제(?)까지 떠 안게 되는 것이 개발자의 숙명... 우리는 그 동안 그 숙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생산성 향상이니, 품질 개선이니, 무중단 운영이니, 적시 납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최근에야 개발 트렌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 고객 경험과 가치를 중심으로 많은 활동이 전개되고 사람들의 의사결정도 그런 근거로 움직이게 되었으나, 과거에 우리를 괴롭혔던 그 말, 여전히 듣고 있는 그 말,

"차별점이 뭔데?"

라는 질문에 대해 얼마나 자신있게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늘 해왔었다. 내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사람은 셋이 모이면 그 중에 스승이 있다고 했다. 다만 모인 사람 셋이 모두 같은 개발자라면 작업 프로세스가 포크된 clone일 뿐, 주기억장치와 컨텍스트를 공유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야할까? 우린 이럴 때 아웃소싱을 하고, 컨설팅을 받아왔다. 그렇다. 마케터다. 우리에겐 그들의 눈이 필요하다.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PM(프로젝트/프로덕트 매니저)도 아니고, QA(품질 관리자)도 아니고, 아키텍트도 아니고, 테스터도 아니다. 바로 마케터다.

PM이 프로젝트를 바라볼 때 WBS(Work Breakdown Structure)를 그려내듯이, QA가 서비스를 바라볼 때 품질 체크리스트를 뽑아내듯이, 아키텍트가 시스템을 바라볼 때 시스템 청사진을 그려내듯이, 테스터가 애플리케이션을 바라볼 때 테스트 케이스를 설계하듯이, 마케터는 '차별성'을 바라볼 때 그 주요 특성을 뽑아내고 그것을 체크리스트로, 프레임워크로 바라보는 훈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차별성'을 바라보는 틀, 혼돈이 가득한 실세계의 현상들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실험해보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궁극의 추상화된 틀, 그것을 바라보는 생각의 프레임, 관점, 혹은 또 다른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하든 그들은 분명히 '차별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있다.

마벤져스, 그들은 그것을 다섯 개의 핵심 속성 즉 '5 Core'라고 부른다. 

이제까지 마케팅어벤져스와 그들이 시즌 6에 이르기까지 갈고 닦아 온 생각에 대해 아주 조금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러한 지혜를 담은 팟캐스트 방송과 책이 지금 접속한 네트워크의 끄트머리에 연결되어 있다.

궁금한가?

그렇다면 6년치 방송을 듣던가, 책을 사던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스크린샷 2019-02-16 23.57.46

순간 망설이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이미 당신은 '공포' 마케팅의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내일 상무님이 '그 서비스의 차별점은 뭔가?' 물어본다면 이제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개발자라 하더라도 말이다.

"Ready marketer one?"

당신은 준비되어있는가?

그 대답을 이제 당신이 할 차례다.

IMG_20190216_142037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여담으로 공개방송 현지 시간 시점에서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이 2쇄 들어갔다는 좋은 소식을 접했다. 방송에 나갈지 안나갈지는 모르겠으나 엔딩에선 모 인기 팟캐스트에서 들어봤을 듯한 힘찬 응원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를 하였다고...

"마케팅! 어/벤/져/스/ 십쇄 10쇄! 유후~"

IMG_20190216_161629

마케터의 시각을 조금은 알게 된 나를 위해 개발자의 스티커에 마케터의 스티커를 덧붙였다.

진짜 끝


Popit은 페이스북 댓글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로그인 후 글을 보시면 댓글이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