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A 지역 서비스 개발시 알아두면 좋은 사항들 [1/2]
들어가며
글로벌 앱 마켓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생각지도 않았던 시장이 저절로 개척되는 행운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찾아온 행운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법. 이 글에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앱 출시 및 대응을 위해서 어떤 것을 알고, 또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합니다.
MENA 지역 간단 정리
MENA vs 대한민국 간단 통계[2]
항목 | MENA | 대한민국 | 비고 |
총 면적 (평방 km) | 665 만 | 10만 | 대한민국 대비 약 66배 |
총 인구 | 2.3억 | 5천만 | 대한민국 대비 약 4.6배 |
평균 연령 (만) | 28세 | 42세 | 대한민국 대비 젊은이가 상당히 많음 |
연간 인구 증가율 | 1.7% | 0.5% | |
남녀 성별 비율 | 1.4 : 1 | 1.1 : 1 | |
종교 | 이슬람(89%), 기독교(8%) | 기독교(31.6%), 불교(21.4%) | |
1인당 GDP 평균(US$) | 42,600 | 36,500 | 좀더 자세한 지역 평균은 아래와 같습니다. (US$ 기준)
아랍 산유국(71,000), 북아프리카(12,100)[3] |
인터넷 보급률 | 61.5% | 87% | 유선 인터넷 기준 |
1명당 모바일 회선 가입수 | 1.8 | 1.2 | 전 세계적으로 국토 크기가 넓을 수록 유선 인터넷망의 설치 비용으로 인해 모바일 인터넷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 |
1.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는 통계에서 제외했습니다.
2. 터키, 이란, 이스라엘은 아랍어가 일부 통용되고 아랍 문자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으나, 아랍권에 속하지 않는 독자 문화권이므로 별도의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3. 현재 정세 매우 불안정한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는 통계에서 제외했습니다. 해당 국가 통계 포함시 평균이 심각하게 왜곡됩니다.
4. 바레인은 안정적인 국가지만, 평균을 왜곡시킬 수 있어 통계에서 제외했습니다.
이 통계를 종합하자면, 젊은이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지역이 바로 MENA 지역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석을 자세히 보시면, 중동 이지만 '아랍' 이 아닌 국가들도 있고, 흑인들만 있을 것 같은 아프리카가 아랍 문화권에 일부 포함된다는 것도 의외며, 중동 하면 모두 이슬람이란 생각과 달리 의외로 기독교의 비율이 제법 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현상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다음엔 '아랍' 이란 무슨 개념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랍' 문화권이란 무엇인가? 왜 아랍인들은 100% 무슬림[4]이 아닌가?
아랍 문화권이란 서아시아 및 북아프리카에 살며 아랍어를 주요 공용어로 사용하는 문화권 말합니다. 즉, 아랍 문화권을 정의하는 가장 큰 기준은 언어입니다. 이 때문에 이슬람을 믿으며, 심지어 아라비아 글자를 사용함에도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아랍 문화권에 속하지 않습니다.
한국어를 표기하는 유일한 수단이 한글 뿐인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말입니다만, 굳이 비교하자면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 족이 쓰기 체계로 한글을 도입했다 해서 이 사람들이 한국 문화권도, 한국인도 아닌 경우와 비슷합니다. 우리 눈에는 똑같은 죄다 꼬부랑 글자를 쓰는 이란 같은 경우, 아랍 글자를 사용하지만 페르시아어를 쓰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중국의 위구르 지방에서는 아랍 글자를 사용하지만 이들의 언어는 중국어와 위구르어입니다. 로마 알파벳을 쓰는 수 많은 국가들이 모두 영어를 쓰는것은 아니란 것도 좋은 예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아랍 문화권을 정의하는 가장 큰 기준은 바로 아랍어입니다. 아랍어 화자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기 때문에, 아랍 문화 = 이슬람이란 착각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이슬람을 믿지만 독자 문화를 이루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들이 아랍 국가가 아니란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MENA 국가들은 모두 아랍어를 공용어로 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국가별 사투리가 있어 언어가 완전히 상호 호환되진 않지만, 화자가 가장 많은 이집트(9000만) 기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구글의 공식 디바이스인 넥서스, 픽셀 시리즈에 탑재된 아랍어는 이집트 기준이기도 합니다.
앱 개발에 특히 고려해야 할 문화적 차이
RTL? LTR?
위 그림에서 보듯 중국에서 한자가 전래한 이래, 한국은 쭉 RTL 문화권이었습니다. 다만 광복 이후 현대 대한민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미국의 영향으로 인해 현대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표준을 미국에서 채용했습니다. 서법 또한 이 때부터 바뀌었습니다. 이렇듯, RTL(Right To Left), LTR(Left To Right)이란 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우좌쓰기, 좌우쓰기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개념입니다.
다만, 간단한 개념 설명과 달리 서법의 차이는 사람의 정신 세계와 행동 양식, 습관 등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아랍인들의 RTL 서법은 서기 약 350년경 수립되었으니, 그들과 우리는 거의 1700년에 가까운 정서적,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주요한 차이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랍 사람들이 문자를 접할 때 의식의 흐름 및 중요성은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오른쪽에 있는 정보일 수록 중요도가 높다.
- 책을 읽을 때 의식의 흐름이 끝나는 왼쪽 끝에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이로 인해 제책 방식 또한 왼쪽에서 오른쪽이다.(일본 만화책을 읽어 보신 분들은 바로 감이 오실 겁니다.)
- 오른손잡이가 글자를 쓰면 손이 쉽게 더러워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왼손잡이가 많다.
- 현대 아랍어 서법에서는 전통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각종 문장부호 및 구두점, 숫자 등이 포함될 할 경우 기준 문자를 정해 방향을 바꿔 읽는다.
여기서 4번은 잘 이해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이는 2부에서 다루겠습니다. 양방향 텍스트 규칙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 글에 다루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앱의 UI 요소를 배치할 때 1~3 특성을 고려한다면 아랍 문화권 사용자들에게 좀 더 좋은 사용성을 주는 화면을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능을 강조하기 위한 [아이콘][텍스트] 화면은 [텍스트][아이콘] 형태로 정렬한다. (정보의 중요도 순서)
- 확인 또는 취소를 묻는 상호작용 화면에서는 긍정적인 버튼을 왼쪽에, 부정적인 버튼을 오른쪽에 둔다. (왼손잡이가 많으므로)
- 과거 이력(History) 등을 View Pager 등으로 표현하는 페이지는 오른쪽일수록 오래된 자료가, 왼쪽일 수록 새로운 자료가 위치하도록 자료 정렬 기준을 잡는다. (의식의 흐름 방향에 따라)
숫자와 구분자
우리가 쓰는 숫자(0123456789) 는 아라비아 숫자라고 익히 교육받아 왔습니다. 그런데정작 아랍 문화권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싶으실 겁니다.
사실 우리 눈에 익숙한 숫자 체계는 정확히 말하자면 인도아랍 숫자(Hindu Arabic numeral)이라 칭합니다. 전통적인 아랍 숫자는 모양이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습니다. 아래 표를 살펴볼까요?
인도아랍 숫자 | 1 | 2 | 3 | 4 | 5 | 6 | 7 | 8 | 9 | 0 |
아랍 숫자 | ١ | ٢ | ٣ | ٤ | ٥ | ٦ | ٧ | ٨ | ٩ | ٠ |
페르시아(이란) 숫자 | ١ | ٢ | ٣ | ۴ | ٥ | ۶ | ٧ | ٨ | ٩ | ٠ |
동아시아 숫자 | 一 | 二 | 三 | 四 | 五 | 六 | 七 | 八 | 九 | 零/〇 |
아랍 숫자는 우리 눈에 익숙한 모양이 아니라 처음엔 당혹스럽습니다만 모양을 잘 살펴보면 4, 6, 7, 8만 좀 주의하면 의외로 쉽게 외울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글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씀에도 숫자는 우리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는 사실입니다. Wikipedia 에 있는 카이로 시계 사진을 살펴봅시다.
위 사진에서 보듯, 10, 11, 12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숫자를 다룰 땐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결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땐 더욱요. 잘못된 방향으로 숫자를 쓴다면 서비스 경험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이 쯤 되면 그럼 이 사람들은 글자과 숫자가 혼합된 글에서 방향을 어떻게 헷갈리지 않고 읽는다는거지? 란 의문을 가지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 의문은 역시 2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아랍 사람들은 글을 읽을 때 기준 글자에 따라 좌우 변환해서 읽도록 어릴때부터 훈련받아 왔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숫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랍 문화권의 숫자 구분자 형식 또한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단 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동양 문화권은 전통적으로 천 단위로 숫자를 나누는 경향이 있고 구미권은 백 단위로 숫자를 나누는 경향이 있습니다. 긴 숫자를 적을 때 가독성 편의를 위해 구분자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구분자의 형식 또한 우리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아래 표에서 간단히 비교해 봅시다.
숫자 | 한국어 | 영어(미국/영국) | 아랍어 | 인도네시아어 | 프랑스어 |
4,294,967,295.00 | 4,294,967,295.00
42억 9496만 7295 |
4,294,967,295.00
4B 294M 967T 295 |
٤٬٩٢٤٬٩٦٧٬٢٩٥٫٠٠
4.924.967.295,00 |
4.924.967.295,00
4E 924J 967R 295 |
4 924 967 295,00
4B 294M 967T 295 |
1. 인도네시아어, 프랑스어는 또 다른 참고 예시를 위해 추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표기를 도입해와 천 단위에 콤마(,), 소숫점 자리에 피리어드(.) 를 찍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반면 아랍 지역의 구분자는 상당히 다르며 그들이 인도아랍 숫자를 읽을 때에는 천 단위에 피리어드(.) 를, 소숫점 자리에 콤마(,) 를 두고 읽습니다. 이렇듯 숫자 포맷팅은 상당히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0.000" 따위의 포맷을 파싱하는 로직을 구현하기 보단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제공해 주는 숫자 파싱 API 를 사용하는 편이 여러 모로 이롭습니다.
물론 아랍 사람들은 Broken RTL 에 익숙하기 때문에 백만원을 1,000,000 KRW 라 적었다 해서 유효하지 않은 숫자를 6개나 쓴 1원이라 읽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려면 이런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아야겠죠?
서력 21세기 = 이슬람력 15세기
앞서 아랍 사람들이라 해서 모두 이슬람을 믿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랍 지역 인구의 85% 이상이 이슬람 신자기 때문에 그들 문화의 많은 부분은 이슬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앱 개발자가 특히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바로 달력입니다.
아랍 지역에서 사용하는 달력은 이슬람교력 혹은 헤지라력이라고 하며 이 달력은 서기 622년 7월 16일을 그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슬람력 1월 1일은 바로 선지자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고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그 날을 가리킵니다. 또한 이 달력은 음력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서력과 차이가 꽤 크며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복잡한 윤년 규칙과 윤달 규칙이 있습니다.
제가 장황하게 이슬람 달력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바로 이용자의 연령이 중요한 서비스를 구현할 때 이 달력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그들의 달력도 연, 월, 일 개념을 포함하기에 날짜 변환 없이 입력받은 날짜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30세와 708세 이용자가 공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제가 Java/C# 개발자다 보니 다른 언어의 유틸리티는 잘 모릅니다만, 다행히도 Java 에는 Joda-time이, .NET 에는 System.Globalization.Calendar 클래스의 상속 구현체들이 있어 우리가 사용하는 율리우스-그레고리안 달력으로 쉽게 변환할 수 있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Java8 출시 이후부터 Joda-Time 홈페이지에서는 가급적 JSR-310 구현체인 java.time 패키지의 클래스를 이용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라마단
라마단은 이슬람 신앙과 관련된 절기입니다. 그러므로 아랍 문화권은 아니지만, 이슬람이 제1 종교인 국가들에는 모두 해당합니다.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도 라마단은 상당히 중요한 기간으로 취급합니다.
라마단이란 선지자 무함마드가 쿠란을 계시받은 것을 기념하는 달입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월에 해당합니다. 라마단 기간동안 이슬람 신자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일체 금식하며, 독실한 신자는 물조차도 마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듯 라마단 기간은 극기의 기간이기 때문에 이슬람 관련 상품의 매출이 급증하는 반면, 그 외의 서비스에는 주목할 만한 매출 감소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한국의 주요 IT 서비스인 비디오 게임, 포털, 메신저 등의 매출은 이 기간에 상당히 큰 폭으로 감소합니다. 우리 입장에선 매출 감소를 유발하는 위기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만, 위기(risk) 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므로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기대하지 않은 매출을 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문제는 이슬람력은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음력이기 때문에 우리 기준으로는 정확한 날짜를 알기 매우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인터넷에는 올해의 라마단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사이트들이 많으니, 매 해 시작때마다 올해의 라마단 기간을 미리 숙지해 두는 것도 서비스 운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맺으며
최대한 짧게 한편으로 끝내려 노력했습니다만, 꽤 긴 포스트가 되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문화적 배경과 기술적 해법으로 글을 나누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주석 및 참고자료
[1] MENA Regional image,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ENA.png
[2] The World Factbook, CIA, 2015
https://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
[3]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IMF, 2015
http://www.imf.org/external/pubs/ft/weo/2015/02/weodata/index.aspx
[4] 이슬람 교도를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