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과 두레이를 이용한 협업 파이프라인 구축
같은 제목의 기사가 HBR 한글판에 올라왔다. 유료 매체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 보시길 바란다. 필자는 이 글에 매우 공감하는 입장이지만, 이미 오랜시간 스스로의 방법으로 이메일로 소비하는 시간을 줄여 왔다. 그래서, 기사 제목과 저자가 말하는 핵심 메시지만 빌리고, 평소 나의 활용법을 저자가 주장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한 가지 실천 방법으로 공유하려고 한다.
맷 플러머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방법
필자의 이야기를 풀기 위해 기사 말미에 쓰인 맷 플러머Matt Plummer의 요약을 발췌한다.
- 이메일 도착 알림을 끄고, 그 대신 1시간에 한 번씩 확인한다.
- 이메일을 처음 읽고 난 뒤 바로 받은편지함에서 빼낸다.
- 이메일을 다시 찾을 때에는 검색 기능을 이용한다.
- 이메일 폴더는 2개만 만들고 그쪽으로 분류할 때 단축키를 이용한다.
- 쓸데 없거나 덜 중요한 이메일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위의 내용이 저자가 말한 골자가 되는 방법이다. 이에 상응하는 필자 일상의 메일 처리법을 공유한다.
일일 백로그로 사용하는 받은 편지함
일단, 그날 온 메일은 바로 처분한다. 그렇게 하면, 받은 편지함은 그저 하루에 처분하지 않은 일이 보이는 목록으로 가볍게 바뀐다. 물론, 일년 내내 항상 메일함이 간결할 수는 없다. 휴가나 오랫동안 결과에 매달리는 중요 협상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종종 밀리는 일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을 그렇게 할 수 있다. 어떻게 할까?
처분의 기준은 보통 3가지다. 즉각 회신, 삭제 아니면 두레이 작업 등록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작업 처리에 쓰이는 시간이다. 물론, 긴급건으로 바로 대응해야 할 일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일이라면 급하더라도 두레이 작업을 등록해서 이력을 남기고 필요하면 협업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다. 따라서, 대체로 안부나 사실 확인 정도의 가벼운 이메일 소통만 즉각 회신의 대상이다. 그리고, 삭제는 꼼꼼하고 적극적으로 한다. 스팸은 반드시 스팸신고를 하여 또 받는 낭비는 줄인다. 메일링 리스트의 경우 읽는 스스로 행위를 미룬다 싶으면 단순히 메일을 지우기보다는 구독 취소를 하고, 메일을 삭제한다. 결과적으로 회신에 시간이 걸리는 메일이나 관련 작업에 소요시간이 길면 당장 일을 하지 않고 두레이 작업을 만들어 놓는다. 나에게 요긴한 노하우는 그 다음 메일 처리이다. 두레이에 올린 그 작업이 당장 회신이 필요한 일이라면, 이메일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 그래서, 다음 번 받은 편지함을 열었을 때, 그 일에 대한 회신이 필요함을 인지시키는 용도로 사용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두레이 작업을 올린 직후에 메일을 삭제한다. 그 다음은 사실 두레이를 이용한 협업을 일상의 틀로 하는 것이다. 두레이에 익숙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아래 글을 준비했다.
메일함과 두레이 프로젝트의 차이
협업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두레이의 프로젝트 목록은 메일함과 비슷해 보인다. 필자의 경우 회사의 일상 업무와 중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드는 업무 참여자가 달라 두 개의 두레이 계정을 사용한다. 따라서, 프로젝트 목록 역시 두 개다. 둘의 모습을 메일함과 비교해보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먼저 메일함은 개인의 관점에 따른 분류다. 반면 두레이 프로젝트는 협업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친다. 합의는 무슨 말일까? 함께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관점 조정이 일어나고, 협업이 활발하지 않으면 접히거나 도태되는 모습을 관찰하기 수월하다.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봐야 효과를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내가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생각이 프로젝트라는 공간 안에서 피드백을 만들어낸다. 그냥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위 그림을 보면 좌우 목록에 쓰인 언어 구색이 다르다. 좌측은 한국회사인 베터코드 구성원을 위한 것이니 그렇고, 우측은 우리 직원과 중국회사 직원이 함께 쓰니 한글/영문/중문이 혼용된다.
일일 백로그와 두레이 스트림의 차이
메일함을 일일 백로그(느슨하게 정의한 오늘 할일 목록)을로 하면, 대부분의 업무를 두레이 안에서 하는 경계를 짓는 일이 된다. 이렇게 두레이 하는 협업을 내부라고 정의하면, 메일 소통은 외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쓰임새를 사용하면, 내부 일일 백로그는 두레이에 위임이 된다. 두레이는 협업시스템 특성상 내 입맛대로 목록을 정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두 가지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하나는 개인 프로젝트이고, 나머지 하나는 두레이 스트림이다. 개인 프로젝트는 내가 직접 구성할 수 있고, 두레이 스트림은 나와 관련성을 위주로 서비스가 자동으로 시간순으로 만들어주는 목록이다. 여기서는 후자만 설명한다.
두레이 서비스의 왼쪽 상단 모서리에 시계 아이콘이 있는데, 이를 누르면 Stream 이라고 시간 순으로 나와 관련한 이벤트를 모두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두레이 메신저를 쓰면 거기 오는 통지와 대략 1:1 대응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필자는 HBR 기사의 권고대로 통지 기능을 꺼두기 때문에 필요할 때 Stream을 열거나 아니면 프로젝트 단위로 찾아서 보는 편이다. Stream은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다국어에서 중문을 선택하면 消息中心이라고 표현된다. 작업이 댓글과 함께 요약화면으로 시간순으로 나열되는 대화형식으로 보여진다.
우후.. 두레이 스트림을 아무 때고 열면 메일의 장점과 협업 시스템의 장점을 묘하게 섞어서 맛볼 수 있다. 물론, 스트림으로 제공하는 정보에 익숙해지려면 과거 습관에 따라 꽤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론
이메일은 업무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소통수단이다. 많은 사람이 이메일을 쓸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핸드폰이나 메신저, 대면 소통을 상황에 맞춰 선택하여 사용한다.
필자의 경우 두레이 협업의 진행을 보관하는 협업 항목 저장소 역할로 이메일과는 완전히 용도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프로그래머들이 중복 제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두레이와 메일을 효과적으로 혼용하려면 협업 항목을 이메일에서 적극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일을 적극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나에게 계속 메일을 보내는 일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두레이를 통한 느슨한Slack 협업방식을 받아들이는 이가 있다면, 적어도 그가 나에게 보내는 메일은 줄일 수 있다. 저장소는 이메일 쓰레드 대신에 프로젝트의 작업항목으로 분류가 된다. 이게 외관상 흡사해보여도 두레이라는 협업도구와 이메일이 갖는 차이다. 협업을 하더라도 개인마다 독립 공간을 갖는 메일함과 메시지와 유사해보이지만 동일한 관점과 형태로 보관되는 두레이 저장소는 실제로는 너무나 다른 효과를 만들어낸다.
미시적으로 메일 수발신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이를 집합적으로 관찰하면 협업하는 개인 대다수가 관리 효과가 떨어지는 보관함을 만들고 분류하는 상당한 시간의 총합이 아껴진다고 볼 수 있다. 협업으로 발생하는 창의와 소통 개선 효과는 차치하고 말이다. (이 글의 주제는 창의력과 소통력 향상이 아니니까)
이렇게 쓸 때, 받은 편지함이라는 일일 백로그는 굳이 내가 두레이 스트림을 자주 볼 필요가 없게 해준다. 두레이 스트림은 그저 시간 순으로 페이스북 보듯이 협업 관련 소식을 볼 때 쓰는 도구가 되고, 나를 압박하지는 않는다. 간결한 받은 편지함 존재 덕분이다. 나는 그것을 일일 백로그라고 지칭한 것이다.
사실 내 방법에 한 가지 약점이 있는데, 두레이 최근 일감에서 다루지 않은 일 중에 날짜 지정을 안해놓고 그대로 놔두면 방치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