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아닌 관리자가 경험한 재택근무 [2]

개발자가 아닌 관리자가 경험한 재택근무 [1] : 재택유감!

개발자가 아닌 관리자가 경험한 재택근무 [마무리] : Not System But Culture!


베이징 S/W개발회사의 재택근무 이야기

제 2편 : 믿는 구석!

■ 향후 이어질 이야기들의 밑밥을 깔기 위해 회사 소개부터 간단히 하겠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한국 대기업이 중국 사업을 위해 투자한 IT회사로 12년전에 설립되었습니다. 베이징에 위치하고 있으며  8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국인이 대충 5명 정도 됩니다. 한국에 있는 그룹 내 IT법인에서 구축한 중국 리테일 시스템의 오프쇼어링 운영 업무를 꽤 오랫동안 하다가 '16년부터 어지간한 회사들은 다 하고 있다는... "Cloud X Open Source X Micro Service Architecture X Agile"기반으로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만들며 변신해 왔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트렉픽이 많은 메신저인 Wechat의 기업형 버전인 微信 企业号와 중국에서 안 쓰는 개발회사가 없다는 알리바바가 제공한 Ant Design(React기반)이란 web화면 개발툴을 주로 Front 개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API 개발언어는 Go가 주력이며, 이렇게 개발된 서비스들은 Ali Cloud에 올라가 있고요.

  그렇게 개발한 서비스 중에 가장 성공적인 것을 꼽으라고 하면...天猫에서 발생된 온라인 주문을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로 배송해주는 O2O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추가매출 창출에 결코 적지 않게 공헌했습니다. 4년 누적으로 한화 3천억 정도? 그리고 최근 반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은 70여명이 협업하면서, 10년 동안 운영되며 DOGMA가 되버린 리테일 레가시 시스템을 교체하는데 "死"활을 걸었습니다.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MSL모습

이런걸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微信 企业号 상에서 서비스 되는 POS화면.

여기에 아픈 사연이 있는데 다음 기회에 포스팅 하겠다.

■ 재택근무 뭘 믿고 시작했을까? [협업도구 X 재택근무 일지]

  때는 바야흐로 20년 1월 27일.

중국의 최대 명절인 春节가 한참이었을 그 때... 이미 중국은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서 비상상황이 되었습니다. 인사팀장과 위챗으로  매일매일 시시각각 소통하면서 향후 대책에 대해서 논의하였습니다. 춘절이 끝나는 2/3일 월요일 출근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재택근무냐 강제연차냐의 카드를 손에 쥐고 만지작 거리면서 고민하다가, 우리는 재택근무 충분히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정말 믿음으로... 과감히 재택근무를 공지하였습니다. 아, 물론 중국정부의 재택근무 권고 정책이 있었다는 건 안 비밀.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중국정부공문

대충 재택근무가 가능하면 재택근무 하게 하라는 이야기

  정부의 지침도 지침이지만, 재택근무를 나름 자신감 있게 결정할 수 있었던 세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1. S/W개발이 주력 업무이다 보니 인터넷만 연결된 곳이라면 개발자들은 크게 불편하지 않게 일한다.

2. 이미 3년 가량 재택근무로 일 잘하는 두 명의 케이스가 있었다. (한명은 张春에서 한명은 西安에서)

3. 또 우리회사는 2년 전부터  협업도구인 Dooray[1]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다가, 반년 전부터는 전직원 모두가 이메일보다 더 주력으로 사용해왔다.

  참고로 전직원이 사용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작년 6월에 Dooray에 기록되지 않은 일은 그 어떤 성과가 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회사차원의 선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Dooray를 더 잘 활용해보면 일하는 방식의 개선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반면, 누워서 침 뱉기이기 하지만 우리회사 직원들의 근태는 놀라울 정도로 자유로웠기 때문에 막상 재택근무를 하려니 걱정도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자유로왔냐하면... 초등학생들도 아닌데 출근 시간을 매일매일 체크해도 직원의 50%는 지각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재택근무를 하면 분명 더 긴장이 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들었습니다.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근태

8시가 출근 기준시간이지만, 50%가까이는 꾸준히 지각을 하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느슨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평소 자유롭게 Dooray를 쓰던 방식에다가 아주 간단한 장치(=Rule)을 추가했습니다. 바로 <재택근무 일지>를 쓰는 것입니다. 일지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오늘의 할일을 기록한다.

☞ 주간목표랍시고 할 일을 질질 늘어지게 잡는게 아니라, 가급적 오늘 완료할 수 있는 일로 계획한다.

2. 오늘 할일은 Dooray에서 실제 이슈로 별도로 등록을 하고, 이를 재택근무 일지의 '할일'에 link시킨다.

☞ 계획만 있으면 안 되고, 내용도 확인 할 수있어야 하니깐.

3. 일을 완료했으면, 실제 등록된 이슈에 완료처리를 하는 동시에 재택근무 일지에도 체크 한다.

☞ 일단 완료 했는지 여부를 노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긴장과 압박감을 약간 더 줄 수 있다.

[재택근무 일지에 대한 공지]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재택근무 일지 공지png

재택근무 일지에 대한 공지 내용. 핵심 내용은 위에 기술한 3가지이다.

  이렇게 하니 개인들은 오늘 하루 집중할 수 있는 목표를 미리미리 등록했고, 관리자의 경우 일지들만 눈으로 빠르게 휘리릭 보고 지나가도 대충 무슨 일을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재택근무 일지 실제 예시]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재택근무 일지 실제 예시

재택근무 일지를 성실하게 적은 한 직원의 예시


■ 그래서 재택근무 잘 되고 있을까요?

  재택근무 한 달 동안 우리회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숫자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월 별 이슈 등록 추세

1. 전사역량을 총 동원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7월 이후 3개월 동안, 월 5~7백개의 이슈가 등록 되었습니다.

2. 프로젝트 업무가 폭발하던 이후 3개월(10~12월) 동안은 그전 3개월 보다 50% 증가한 월 900건을 이상의

    이슈가 등록되었습니다. 그리고 20년 1월은 춘절이 19일부터 있어 실제 근무기간이 2/3인점을 감안하면

    10~12월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핵심은 여기!!! 재택근무를 시행한 2월에 무려 2,000건 가까이 이슈가 등록되었습니다! OMG!

프로젝트로 한 참 바쁘던 10월과 11월의 등록된 이슈를 합한 것보다도 2월에 등록된 이슈가 많습니다.

4. 참고로 프로젝트는 1월 춘절 연휴 직전에 안정화가 끝났기 때문에, 2월에 바쁜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의구심을 갖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감소했어야 정상적인 상황인데... 왜 증가한 걸까?

쓸데없는 것 막 등록한거 아녀?"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두레이 이슈

Dooray에 월별로 등록된 이슈 갯수. 재택근무 때 폭발했다.

월 별 댓글 등록 추세

1. 전체적인 댓글 갯수의 흐름은 11월부터 이슈 등록 증감율 보다 약간 더 상승국면에 있었습니다.

2. 이는 프로젝트 업무가 피크를 치면서, 협업의 강도가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댓글 역시 2월에 폭증했습니다. 댓글이 가장 많았던 11월과 12월을 합한 5,600건보다 30%이상 많은

    6,700건의 댓글이 2월 한달 동안에 등록되었습니다.

"댓글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면,

쓸데 없는 일들을 보여주기 식으로 이슈로 등록한게 아니란 걸 반증해주는구만!"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두레이 댓글

댓글은 이슈보다도 더 상승하였다.

월별 이슈 당 댓글 수

1. 이슈 한 개에 달린 댓글은 10월까지만해도 평균 2개 내외였습니다.

2. 11월, 12월에는 이슈당 댓글이 3.1개로 그전 4개월 보다 50%이상 증가했습니다.

3. 1월부터는 3.5개로 다시 한 번 상승했고, 재택근무인 2월에도 3.5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4. 이슈 당 댓글의 증가 추세를 보면, 직원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협업이 활발해 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 생각보다 잘 들 하는구만! 고맙네, 고마워."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이슈당댓글

이슈 한 개당 평균 댓글 수가 증가하는 것은 협업이 그 만큼 활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근무 때보다 더 전투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훌륭하신 분들을 소개합니다.

  2월 등록된 이슈 개수 기준으로 상위 10%인 7명을 추려봤습니다.

1. 1등을 차지한 분께서는 무려 133개의 이슈를 등록했습니다.

☞ 4주 즉 20일 동안 하루에 7개 가까이를 이슈 등록했던거니깐... 정말 미친듯이 일했습니다.

2. 7명 중 1등 포함 5명은 당연하게도 모두 평소에 열심히 잘 하던 직원들이었습니다.

☞ 새로운 서비스 준비 및 평소 묵혀두었던 X덩어리들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개선한 훌륭한 분들입니다.

3.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재택근무하면서 업무 방식이 확연하게 변화된 직원이 두 명이나 있다는 것입니다.

☞ 한명은 외로운 늑대로, 남들 출근 시간에 집에서 쉬고 남들 퇴근 할 저녁 무렵 출근해서 밤샘 근무를

매일매일 하던... 혼자만의 일을 하던 좀 특이한 친구였습니다.

☞ 또 한명은 Dooray 사용 반대파 1선발로 "0" 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실력행사를 했던 분이셨습니다.

그런 그가 바뀌었습니다!

☞ 정말 특이한 점은, 글쓰기를 통한 협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두 사람이 콜라보를 해낸 것입니다.

그것도 연구개발 과제로.

☞ 연구과제의 결과를 떠나, 재택근무라는 불편함속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협업 케이스가 만들어지고

있단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습다. 감사할 일입니다.

20200308_브런치_재택근무_협업top7

상위 10%인 7명의 월별 이슈 등록 수. 원래 잘하던 사람 5명 말고 2명은 협업 불가자 였었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결론적으로 우리회사의 2월 재택근무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성공적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이슈 등록과 댓글이 2배 이상 증가한 양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래 세 가지 질적인 변화가 더 의미있기 때문입니다.

1. 자칫 나태해질 수 있음에도 평소에 미뤄두었던 개선과제와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 주도성 폭발!

2. 난이도 높은 신규 서비스를 재택근무를 통해서 오픈하였다. ▶ 원격근무 효과 검증! 사무실을 없앨까?

3. 글쓰기를 통한 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두 사람이 협업을 하였다. ▶ 할렐루야! 기적을 보았습니다!

  이렇든 우리회사는 재택근무 동안에 오히려 협업이 더 적극적으로 증가한 반전反轉이 있었습니다.


  다음편에는 우리회사가 협업도구로 사용 중인 Dooray의 장점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1] TOAST Dooray!는 프로젝트, 메신저, 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위키, 주소록과 같이 온라인에서 협업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필자는 Dooray의 사용자 일뿐 어떤 상업적 목적이 있지 않음을 밝힙니다. https://dooray.com/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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