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아닌 관리자가 경험한 재택근무

개발자가 아닌 관리자가 경험한 재택근무 [2] : 믿는구석!

개발자가 아닌 관리자가 경험한 재택근무 [마무리] : Not System But Culture!


베이징 S/W개발회사의 재택근무 이야기

들어가며 : 재택유감 在宅遺憾

필자는 한국보다 한 달 먼저 중국에서 직원이자 한 회사의 책임자로서 재택근무를 체험했습니다. 제 실전 경험담을 공유하고, 또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일하는 문화"에 대한 생각도 나누고자 합니다.


 ■ 재택근무 불안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저나가며 의료와 방역 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중 베일에 쌓여있던 사이비 종교단체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고통에 빠지게 된 것이 가장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편 저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반강제적인 "재택근무" 아닐까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 때문에 서로 모이지 않는게 좋다(?)보니 출근을 하지 않는 회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뭐... 그덕에 평소에 징글징글해서 보기 싫었던 얼굴 안 보니 좋은 것도 있습니다.

이런 재택근무 환경을 꿈꿨겠지만....

  재택근무 시작할 때 책상을 그럴싸하게 세팅해 놓은 사진을 페북에 올리며 갖은 폼 다 잡았지만, "재택근무 X 집안일 X 육아"의 3단 콤보 스트레스로 제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집에서 퇴근하고 싶다고... 독일의 경우 기업의 40%정도가 재택근무제를 실시하는데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한편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근무환경 불편함과는 별개로, 생존(?)에 대한 불안감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으... 직원들이 눈에 안 보이니 정말 갑갑하다. 일을 안하고 놀고 있겠지?

비상 시국인데 노는 놈들에게 월급을 꽁으로 줘야 하나?

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하나 감시하자니 그것만 하다 내가 치여 죽겠다.

으아! 이러다 회사 망하겠다! "

- 고용주

일반회사는 아니지만, 재택근무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지나쳐서 오히려 일을 할 수 없는 지경.

"아... 내가 출근도 안하고 일을 덜 해도 아무렇지 않게 회사가 잘 돌아가면,

내가 놀고 있던거 다 뽀록 나서 짤리는 거 아냐?

그동안 각종 쓸데없는 오지랖과  숟가락 얹어가며 일하는 척 열심히 했었는데...

사람들에게 생색을 못내니 이거 큰일났다!"

- 바로 당신(=월급루팡)

차라리 루팡 급이라도 되면 좋겠다?

비록 위와 같은 불안감이 어느 정도 있을테지만 재택근무가 대충 1~2주 안에 끝난다면, "그래, 코로나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해봤군!"하면서 흐믓한 표정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름답게 마무리 지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요?

즉, 1개월 이상 재택근무가 지속된다면 자신의 게으름과 무능을 인간 관계로 얼버무리는 효과가 점차 사그라질 것입니다. 또한 쓸데 없던 일들이 줄어들며 드라이하게 필요한 일들만 남게 될 것며, 바로 그 순간 애써 외면했었던 두 가지 진실을 마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쓸모가 많았네?"

"그만큼 잉여인간들도 많았네?"

 


다음 편에는 우리회사에서 재택근무를 도입할 때 고민했던 점과 적용한 해결방안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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